직장 동료가 보여준 사진 한장으로 찾아간 한울누리공원 근처 메밀밭.
수확이 다가오는 것일까 내가 이전에 봤던 메밀꽃 밭과는 조금 다르게 푸름과 붉음이 눈에 띈다.
메밀은 수확기간이 짧고 거친땅에서도 잘 자라기에 제주도의 산간 지역에서 넓게 펼쳐진 메밀밭을 자주 볼 수가 있다.
관광지가 아니라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멀리서도 보이는 넓은 메밀밭의 풍경때문에
이내 금방 숨어 있는 입구를 찾을 수가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정리가 되지 않은 길때문에 다니면서 혹시나 찬영이가 넘어질까 노심초사했지만
이젠 종종걸음으로 우리를 제법 잘 따라 다니는 모습에 금세 걱정보다는 대견함이 앞선다.
처음엔 이미 어느 정도 져버린 메밀꽃의 모습에 만개했을 때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걷다 뒤를 돌아보니 메밀꽃 너머로 보이는 멋진 가을 하늘과
만개한 메밀꽃과 같은 구름이 한라산에 걸쳐져 있는 모습에 아쉬움은 내 마음에서 떠나가 버렸다.
아무리 거친땅에서 잘자란다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까지 상당히 거칠어 걷기가 쉽지 않아
많이 다닐 수는 없었지만 돌을 좋아하는 찬영이에게는 우리의 불편함이 즐거움이 되는 곳이다.
이젠 가자고 하면 응보다는 아니라는 표현을 하는 아들을 카라멜로 유인하여
우리가 주차해둔 곳까지 돌아가는 길은 우리가 내려왔던 거친땅을 다시 올라가야 하기에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차에 타자마자 피곤하셨는지 이내 잠들은 찬영이. 와이프와 가을 하늘을 맘끽하기 위해 선택한 1100도로.
가을 하늘과 더불어 조금씩 옷을 갈아 입기 시작한 나뭇잎의 모습에 덤으로 하게된 단풍구경.
1100도로를 넘어 다시 제주시로 향하려고 차를 돌려 돌아가려고 할때 커피를 한잔하고 싶다는 와이프.
그리고 그 덕분에 발견한 서광리의 감귤창고카페.
감귤창고카페는 JDC의 지원으로 사용하지 않던 감귤창고를 개조해서 카페로 만들었다고 한다.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 그리고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가을 햇살에
우리는 잠시 차에서 내려 창가 자리에 앉아 간단히 다과를 즐겼다.
아무도 없던 카페. 콘크리트 바닥에 칠을 해서 그런지 뛰어 다니기 좋은 느낌의 바닥에 신난 찬영이.
남해 어머님께서 서울에 가셨다가 사오셨다는 배트맨 옷이 잘 어울린다.
이젠 조금 지친 우리는 목적지를 집으로 설정하고 차를 돌려 가는 길에
너무 좋은 가을 햇볕과 항상 어떤 곳일까 궁금해 했던 관음사를 들리기로 했다.
산 중턱에 위치한 관음사.
차에서 내리자마자 해가 지고 있어 낮과는 조금 다른 낮설은 한기에 몸을 움츠리게 되었지만
일주문에 서서 보이는 관음사의 모습은 움츠렸던 내 몸을 온기를 돌게했다.
일주문에서 사천왕문까지 가는 길에 양쪽으로 펼쳐진 돌상과
사천왕문을 지나 멀리 보이는 대웅전으로 향하는 낮은 언덕길,
그리고 가는 길에 한줄로 늘어선 연등의 모습. 멋지다라는 말만 계속 입가에 맴돌았다.
저물어가는 해가 올라가는 길 우측에서 비추고 그 길을 따라 걷은 와이프와 아들의 모습.
이때를 놓치기가 싫었는지 계속 사진만 찍어댄다.
관음사는 조계종 본사로 제주도내에 사찰을 관장하고 있다고 하며,
조선 숙종 억불정책에 폐사되었지만 다시 복원되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대웅전 길 옆으로 참나무에서 떨어진 다양한 모양의 도토리를 줍는 우리. 열매를 좋아하는 아들에게 이곳은 극락이다.
엄마가 꽃은 보기만해야해라고하는데 이미 손에는 한줄기의 매밀이... 농장 주인에게 죄송할 뿐이다.
길가에 떨어져 있던 억새를 아들에게 주는 와이프.
내가 뒤를 돌아 봤을 때 딱 이 느낌이었다.
찬영이에게 너무 신나는 것이 많은 이곳
풍경찍기에 와이프도 동참
이렇게 보니 진짜 험난한 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런 컷 좋아한다
사진한장 찍자고 하자 흥쾌히 브이하는 와이프
감귤창고 카페 창문 넘어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
김치하면 포즈 잡아 주시는 우리 아들
메뉴판을 바라보는 와이프
창넘어 보이는 벤츠를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문까지 가는 길
엄마가 뒷걸음으로 걷자 따라하는 찬영이
신기한게 많은가 바쁘다
양손 가득 도토리
사천왕문에서 멀리 일주문을 바라보는 아들
이젠 제법 모델 역할을 한다
우리 근처에 이런곳이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마음속에 채운 추억들은 피곤에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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