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과 생식 건강: 안토시아닌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종종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막상 내 옆에 있는 미세플라스틱의 근원을 없애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오늘은 미세플라스틱이 생식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이런 부분을 완화할 수 있는 안토시아닌에 대해서 조금 더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2023년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적인 성인은 매주 약 5g(신용카드 한 장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으며, 이러한 물질이 체내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연구들은 미세플라스틱이 생식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202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글로벌 보건 연구소(ISGlobal)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이 체내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정자의 질 저하, 생식 기관의 염증 증가, 난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500명의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혈중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측정하고, 정액 분석을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여성의 경우 생리 주기 불규칙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도 발표되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연구들은 대부분 상관관계(correlation)를 보여주는 것이며, 미세플라스틱이 직접적인 원인(causation)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장기적인 임상 연구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한 생식 건강은 스트레스, 식습관, 운동량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만의 독립적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통제된 연구 설계가 필요합니다.

우리 주변에 미세플라스틱, Pexels에서 Tara Winstead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7123132/

체내에서의 미세플라스틱 작용 메커니즘

미세플라스틱은 단순한 이물질이 아니라 내분비계 교란 물질(Endocrine Disrupting Chemicals, EDCs)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란 체내 호르몬의 생산, 운반, 대사, 결합, 작용 또는 제거를 방해하여 호르몬 시스템의 정상적인 기능을 변화시키는 물질을 의미합니다. 2022년 네이처(Nature)지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주요 생식 호르몬의 기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미세플라스틱과 생식건강

미세플라스틱의 대표적인 흡수 경로

미세플라스틱이 체내로 흡수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해산물을 통한 섭취입니다. 2023년 한 국제 연구에 따르면, 굴, 홍합과 같은 이매패류는 미세플라스틱을 여과하면서 체내에 축적하는데, 이를 사람이 섭취할 경우 장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흡수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주요 경로는 생수 및 음료를 통한 섭취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페트병에 든 생수 한 병에는 평균적으로 수백 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이는 소화기관을 통해 혈류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에 따라 마이크로플라스틱(5mm~1μm)과 나노플라스틱(1μm 미만)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크기가 작을수록 체내 흡수율이 높고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나노플라스틱은 세포막을 직접 통과할 수 있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체내에서의 배출 여부

체내로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이 완전히 축적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소화 과정을 통해 대변으로 배출되며,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일부 배출될 수도 있습니다. 2023년 독일 환경과학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인체 실험 참가자의 80% 이상이 소변과 대변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크기가 작고 혈류에 흡수된 일부 미세플라스틱은 장기간 체내에 머물며 조직과 장기에 축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연구에서는 인체 혈액 속에서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사례를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미세플라스틱의 배출 여부는 크기와 형태에 따라 달라지며,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 들어오면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호르몬 교란: 폴리스티렌, 폴리염화비닐(PVC) 등의 미세플라스틱이 내분비계와 상호작용하여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정상적인 분비를 방해합니다.
• 정자 수 및 운동성 감소: 2023년 중국 난징 의과대학 연구에 따르면, 실험용 쥐에게 미세플라스틱을 노출시켰을 때 정자의 수가 25% 감소하고 운동성이 30% 저하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실험실 환경에서 쥐에게 일반적인 인체 노출량보다 높은 농도의 미세플라스틱을 투여한 것으로, 인간에게 직접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연구의 표본 크기는 60마리의 쥐였으며, 8주간의 노출 기간을 가졌습니다.
• 난소 기능 저하 및 생리 불순: 2024년 일본 도쿄대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난소 조직에 축적될 경우 배란 주기에 영향을 미치고, 생식 기능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 연구 역시 40마리의 암컷 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인간 대상 연구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합니다.
• 산화 스트레스 증가: 미세플라스틱은 체내에서 활성산소(ROS, Reactive Oxygen Species)를 증가시키며, 이는 세포 손상과 DNA 변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영향은 미세플라스틱의 농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혈중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1ml당 100개 이상일 때 생식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이 관찰되기 시작했으나, 일반 성인의 평균 혈중 농도는 약 1ml당 10-20개 정도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축적 효과와 개인별 감수성 차이로 인해 더 낮은 농도에서도 건강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안토시아닌'과 같은 항산화 물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안토시아닌의 보호 효과

안토시아닌은 블루베리, 자색 고구마, 가지 등의 식품에 풍부하게 함유된 항산화 물질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기능을 합니다. 2023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안토시아닌이 미세플라스틱 노출로 인한 생식 건강 악화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실험쥐 그룹과 함께, 같은 환경에서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식단을 제공받은 그룹을 비교한 결과, 후자의 정자 운동성이 약 20% 향상되고 DNA 손상 지표가 감소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2024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에서는 안토시아닌 섭취가 난소 기능 보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여성 실험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안토시아닌이 난포 성장 및 배란율을 증가시키는 경향을 보인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에는 몇 가지 제한점이 있습니다. 첫째, 안토시아닌의 효과는 섭취량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났으며, 케임브리지 연구에서는 실험용 쥐에게 하루 체중 kg당 50-100mg의 안토시아닌을 투여했을 때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는 70kg 성인 기준으로 하루 약 3500-7000mg에 해당하는 양으로, 식품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참고로 블루베리 100g에는 약 250-500mg의 안토시아닌 포함). 둘째, 안토시아닌은 체내에서 흡수율이 10-20% 정도로 낮고 반감기가 짧아(약 2-3시간) 지속적인 섭취가 필요합니다. 셋째, 안토시아닌은 미세플라스틱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보조적인 방안으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안토시아닌이 실질적으로 생식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안토시아닌 이외에도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등 다양한 항산화 물질들이 미세플라스틱의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중요한 점은 안토시아닌이 생식 건강에 유익하다는 증거는 상당히 있지만, 이것이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을 특이적으로 차단한다는 증거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안토시아닌의 항산화, 항염증 효과가 일반적인 생식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미세플라스틱의 내분비 교란 효과를 직접적으로 차단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실천 가능한 대안

미세플라스틱의 생식 건강에 대한 위험성이 점점 부각되는 가운데, 개인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대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 미세플라스틱 섭취 줄이기: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이고, 역삼투압(RO) 필터나 활성탄 필터가 장착된 정수기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낸 물을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정수기가 모든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하지는 못하므로, 미세플라스틱 제거 성능이 인증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항산화 식품 섭취 늘리기: 블루베리, 크랜베리, 자색 고구마와 같은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영양학회에서는 하루 최소 100-200mg의 안토시아닌 섭취를 권장하며, 이는 신선한 블루베리 약 50g 또는 자색 고구마 100g에 해당합니다. 다만 안토시아닌은 열과 빛에 불안정하므로 가능한 생으로 섭취하거나 최소한의 조리를 권장합니다.
• 규칙적인 건강 검진: 호르몬 수치 및 생식 건강을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유기농 식품 소비: 살충제 및 환경 오염이 적은 유기농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내분비 교란 물질의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연구들을 종합하면, 미세플라스틱이 생식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이를 줄이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과 정책적 대응이 모두 필요합니다. 안토시아닌과 같은 항산화 물질이 일정 부분 보호 효과를 가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삼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현재의 연구 대부분이 상관관계를 보여줄 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연구 결과의 대부분이 동물 실험에 기반하고 있어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미세플라스틱과 생식 건강의 관계, 그리고 안토시아닌의 보호 효과에 대해서는 지나친 불안이나 과도한 기대 없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적는 이유는 사람들이 안토시아닌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으로 체내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할 수 있다는 잘못된 기대를 갖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